DIY.리폼.업사이클 / / 2024. 3. 13. 00:51

자투리 목재를 활용해 고양이집 만들어보기

 

 

요것도 제가 블로그를 하기 전인 2018년에 만든 건데요,

앞전에 올린 세면기 리폼 작업기를 시작으로 지난 사진 자료 정리 대방출 시리즈 두 번째,

고양이집 만들던 사진과 이에 관련된 약간의 썰도 같이 올려보겠습니다. 

 

 

 

 

오드아이를 가진 흰색 앵구, 이름은 '아끼'. 요 녀석이 집주인이 되겠습니다.

이 녀석을 보고 있으면 슬픈 기억이 같이 떠오릅니다. (이유는 뒤에..) 

 

 

아깽이 시절의 아끼 모습 - 1

 

이 녀석은 길고양이가 낳은 세 마리 새끼 중 수컷으로, 태어나자마자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이 만져도 하악 대며 발톱을 세우진 않지만 먼저 다가가거나 애교를 부리는 일도 없는 새침한 성격의 소유묘(?)입니다. 막 태어났을 땐 안 그랬는데 한 달 두 달 커가면서 양쪽 눈의 색깔이 저렇게 달라지더군요. 

 

 

아깽이 시절의 아끼 모습 - 2

 

임신한 어미를 집 주변 창고 안 한편에 안전한 자리를 마련해 주고, 거기서 태어난 후 석 달을 창고와 집마당 주변에서 지내오는 동안 어미는 너무 어린 나이(추측하기로는 태어난 지 11개월 정도)에 출산을 해서인지 새끼들 젖도 다 떼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다른 두 녀석은 동네 주민에게 입양을 보내게 됐습니다.  

 

 

새끼들을 두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또리

 

어미의 이름은 '또리'였는데, 이 녀석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항생제라도 제때 먹였다면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땐 제가 너무 무지했습니다.

 

 

흰 놈들 둘중에 한놈이 아끼일텐데..

 

귀.. 귀엽긴 하지만 어미가 힘들어하는데도 태어난 지 한 달이 훌쩍 지난 것들이 아직도 젖을 놓지 않는 모습이 너무 얄미워  어미와 강제로 떼어놓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 이제 태어난 지 5개월째인 아끼만 남게 되었는데, 이 녀석을 집 안에서는 키울 수는 없어 창고와 집 주변 마당에서 돌봐 왔는데 그동안 집 안 나가고, 말썽(나중에 비닐하우스 위에 올라가 구멍냄)도 안 피우고 어미와 형제 없이도 혼자서 의리 있게 잘 지내준 것에 대한 선물로 좀 더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쉴 수 있게 이 녀석만의 단독주택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작업초기부터 찍은 사진이 없네요. 창고에 보관해 둔, 다른 물건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를 이용해 친환경 원목주택을 만들어 봤습니다.

 

 

 

고양이가 지내기 편한 사이즈로 만들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고양이집 크기를 참고했습니다. 만들 당시에 캡처 한 이미지인데, 지금 보니 뭔가 개집 같기도...

 

 

이런 형태의 구조물 디자인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내부 청소가 용이하도록 집의 몸체 위로 지붕을 씌웠다 벗길 수 있는 구조로 모듈화 했으며, 지붕이 들썩거리거나 쉽게 벗겨지지 않고 차가운 바람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벌어진 틈 없이 딱 끼워 맞춰 들어가도록 설계했습니다.

 

 

특히 지붕 쪽은 빗물이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실리콘으로 틈틈이 실링 해줬습니다.

 

 

다음은 도색작업. 원목의 수명을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 일반페인트가 아닌 우드스테인으로 칠했습니다. 붓이나 롤러로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은 아니지만 이번엔 뿜칠로 해봤습니다.

 

 

팔콘 FM-500이라는 대만산 전기 스프레이건인데요, 콤프레셔 없이 전기로 도료분무 도장을 할 수 있으며, 송풍기능으로 먼지청소는 물론 튜브, 공 등에 바람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위 사진은 2018년에 촬영한 건데 제품을 검색해 보니 아직도 판매를 하고 있군요.

 

 

지붕은 재미로 다른 색상의 스테인을 입혀줬습니다. 녀석 건강을 생각해 오일스테인이 아닌 수성스테인을 칠해줬는데요, 이를 위해 사전에 지붕방수로 수성실리콘(수성도료에 도장이 잘됨)을 사용했죠, 이게 실수였습니다. 몇 주 안 가서 실리콘이 수축돼서 갈라지고 다시 틈이 생겼습니다. 수성은 유성실리콘에 비해 수축팽창력이 떨어지고 내후성도 약해 주로 내부용으로 사용한다는 걸 간과했네요. 나중에 유성의 장점(내후성, 기능성 등)과 수성의 장점(수성도장가능)을 두루 갖춘 변성 우레탄 실리콘으로 보수했습니다.

 

 

이후 겨울이 다가올 무렵, 추가로 단열작업도 해줬어요.

출입구에 바람막이 문도 달아줬는데, 멍충한 집주인 녀석이 뜯어버렸어요.

 

 

완성되었습니다. 이쁩니다. 저는 맘에 들어요.

6년간 사용하는 동안 몇 차례 보수하며 지금도 잘 쓰고 있답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다른 녀석이 들어가 살게 하려면 집청소를 잘해서 전주인의 흔적(냄새)을 최대한 없애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처음에 잘 들어가려 하질 않더군요.

 

 

아끼~ 좋니?

 

R.I.P. Akki,.. and D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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