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의 내용은 원래 앞에 작성한 '소고기 육포 만들기'에서 언급하려던 내용인데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따로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육포의 진정한 맛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안 보고 육포 만드시면 후회하실 수도 있어요.)
필자도 마찬가지로 육포를 처음 만들 때는 누군가 올린 블로그 레시피를 참고했고,
거기서는 수 시간 물에 담가 피를 빼라고 해서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맛은 나름 괜찮았지만 뭔가 아쉬웠던 기억입니다.
고기를 물에 담가 핏물을 빼면 육즙도 같이 빠진다??
좀 더 맛있는 레시피를 찾기 위해 다른 블로그도 보고 유튜브도 보며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알게 됐는데, 소고기육포를 만들 때 개인의 취향이나 주관에 따라
"핏물을 빼라" 또는 "빼면 안 된다"는 논란(?)들이 있더군요.
피를 빼는 이유가 피비린내, 누린내, 잡내를 없애기 위해 하는 작업인데요,
사골이나 뼈해장국 등 뼈가 들어가는 국물요리는 피를 꼭 빼줘야 하지만,
우리가 보통 소고기를 굽거나 불고기 등을 만들 때는 핏물을 굳이 빼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신선한 생고기를 구워서 먹을 때는 더더욱이 핏물을 빼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좔좔 흐르는 핏물 섞인 육즙을 먹는 건데 말이죠)
핏물을 꼭 제거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핏물을 빼면 소고기맛을 좌우하는 육즙도
같이 빠지기 때문에 절대 물에 담가서 핏물 빼면 안 된다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도
있습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필자는 고기(냉동, 홍두깨살)가 신선하다는 전제하에
핏물 빼는 방식만 바꿔가며, 그 외 모두 동일한 방식(위 포스팅에서 소개한 육포레시피)
으로 3가지 육포를 만들어 맛 비교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TEST 01.
완전히 녹은 육포용 고기를 물에 담그지 않고 겉에 나온 핏물만 키친타월로 제거해 준 후 육포 작업.
(절대 물에 담가서 피 빼면 안된다는 분들의 방식)
TEST 02.
육포용 고기를 물에 담근 후 수시로 물교체하며 한나절동안 핏물을 빼준 후 육포 작업.
(여름철이나 더운 날씨에는 냉장실에 넣고 핏물을 빼준다. 안 그러면 피비린내 작렬)
TEST 03.
완전히 녹은 육포용 고기를 10~20분 물에 담가 핏물을 빼준 후 흐르는 물에 한번 씻어주고 육포 작업.
(핏물이 평소보다 유난히 많다 생각되면 한두 차례 물교체 해주며 30분 담가준다)
결과는 어떻게?
TEST 01.
양념맛이 입안에서 사라질 때 즈음, 씹을수록 육즙의 깊은 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속 씹다 보면 끝에 약간의 누린 맛이 느껴진다.
전자레인지가 아닌 불에 살짝 구워 먹으면 누린 맛이 어느 정도 잡혀 더 맛있게 느껴진다.
피를 아예 안 뺀 것을 고려하면 의외로 잡내가 별로 안 느껴진다.
TEST 02.
핏물 빠진 공간에 양념이 더 많이 흡수된 건지 첫맛은 'TEST 01'보다 양념과 향신료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비린맛도 없어 더 맛있다고 느꼈지만, 양념이 혀로 모두 빠져나간 순간부터 마치 종잇장 씹는 맛이 느껴지며
아무런 맛이 안 나게 된다.
TEST 03.
'TEST 01' 보다 양념맛이 진하고 좀 더 입안에서 오래 맴돌며 씹을수록 육즙의 맛도 확실히 느껴진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살짝 잡내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육포가 식으면서 사라지고, 먹을 때도 잡내가 나지 않는다.
불이나 프라이팬에 구우면, 조리하는 동안에도 잡내가 없고 더욱 향미와 풍미가 좋다.
그래서 개인적인 결론은,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좋아하는데 테스트 결과 어느 정도 핏물을 빼줘야 양념이 더 잘 밴다고 느꼈고, 또 실제로 같은 양의 고추를 넣었을 때 'TEST 03'이 'TEST 01'보다 맵게 느껴졌다.
'TEST02'의 그 종이 씹는 맛은 너무 불만족스러운 단점이라 진한 양념이고 뭐고 그냥 완전 탈락.
하룻밤 핏물 빼면 불그스름했던 육포용 고기가 정말 종이처럼 하얘져버린다.
'TEST 01'은 소고기 특유의 육즙맛이 확실히 깊게 느껴졌다
하지만, 미약하더라도 분명히 누린 맛이 깊은 곳에 숨어있었고 이런 아쉬움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은 남은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일정 부분 가진 'TEST03'로,
현재는 이 방식으로 육포를 만들어 먹고 있는대, 가끔은 도축할 때 핏물을 덜 뺀 건지 평소보다 핏물이 많다고 느껴질 경우에는 30분 정도 물에 담가주는 동안 깨끗한 물로 몇 차례 교체 후 씻어주는 등, 상황에 맞게 조절해 줍니다.
이 글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과 의견이니 참고만 해주시구요,
가정에서 육포 만들기를 도전하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럼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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