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희미해진 세상
작가 야마다 쿠리의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2023년 7월 방영을 시작한 작품으로, 기계의 인간화, 또는 인간의 기계화가 보편화되며 국민의 1%가 휴머노이드인 근미래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인격(전뇌)을 가진 휴머노이드에게도 인간과 동등한 인권이 법적으로 인정된 세상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인간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여러 법적인 장치를 두었는데, 예를 들어 인간과의 동등한 신체적 조건과 수명(노화), 특히 범죄에 악용되거나 바이러스 감염, 전뇌조작 등 사회질서와 인격의 존엄을 해할 수 있는 이유로 인격(전뇌)의 백업 및 복제를 금지했고, 위법할 시 징역 30년 이하에 처하고, 휴머노이드는 경우에 따라 몸을 박탈당할 수 있다.
총 12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희미해진 세상에서 인간다움이란 것에 대한 고찰이란 큰 주제를 두고 매 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나와 독립적인 스토리로 진행되는 형식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스도 히카루를 중심으로 모든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스도 자신의 사연이 서서히 밝혀져 간다.
첫 에피소드를 요약해보면,
주인공 스도 히카루의 어린시절, 그의 어머니(스도 아야카)는 그가 걸린 난치병 치료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뇌 복제를 하게 되는 실수를 저질러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이다. 성인이 되어 휴머노이드를 치료하는 의사가 된 주인공 스도(히카루)는 병원에 갈 수 없는 사정을 가진 환자들도 몰래 다루는 암시장에서 '모가디트'라 불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느 날 주인공 스도는 '모가디트'로써 의뢰를 받고 인간인 딸을 입양한 휴머노이드 부부가 사는 가정을 방문한다. 휴머노이드 인 아내는 어느날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로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 증상을 보여 그녀를 진찰을 해본 스도는 남편이 그녀의 전뇌를 일주일 전 백업한 것을 알아챈다. 이에 화가 난 스도는 그의 잘못을 추궁하며 다그친다.(위에 언급했다시피 백업은 범죄이다) 백업 이후부터 그녀의 전뇌는 점점 오류가 심해졌는데 백업을 하는 동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었다.
잠깐의 언쟁 끝에 결국 스도는 백업 데이터는 문제가 없으니 일주일 전의 그녀로 되돌리자고 제안한다.
일주일 후 수술을 막 시작하기 전, 아내는 자신의 뇌를 포맷하고 백업데이터를 새로 넣는다는 스도의 말을 듣고 지금의 자신을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사라진다는 두려움에 스스로 수술을 중단했고 결국 일주일 후 그녀의 뇌가 바이러스에 의해 멈춰버리고 나서야 백업에서 복원을 실행했고 보름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로 깨어나게 된다.
백업데이터의 복제로 돌아온 그녀를 맞이하게 된 딸은 지금의 어머니가 그때와 같은 인격의 어머니가 맞는 건지 혼란스러워한다.
그 외 스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몇개의 에피소드를 간략히 소개해보겠다.
에피소드 2:
이미 정해놓은 사양으로 만들어진 신체조건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처럼 실력이 더 늘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하며 인간친구와 갈등하게 되는 휴머노이드 육상선수의 이야기
에피소드 3 :
7년째 리스 계약으로 추억을 쌓은 애인로봇(인격은 없는 산업 AI)과 이별하려는 여성과,
어릴 적 선물 받은 로봇곰인형과 깊은 유대관계로 곰인형도 마음이 있는 존재라고 믿는 소년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가족과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
에피소드 10:
초고도 AI인 미치(MICHI)가 인간의 사고를 간섭해 세상을 맘대로 유도하고 있다며,
그 개입을 막기 위해 한 여성을 죽인, 자신의 뇌를 스스로 조작한 의사 이야기
에피소드 11:
주인공의 병원 직원인 간호사 리사,
어릴 적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와 같이 살던 또 다른 딸이 어느 날
갑자기 리사 앞에 나타났는데...
그녀가 자신의 전뇌를 복제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흥미로운 스토리들은 시청자에게 매회가 끝날 때마다 하나씩의 깊게 생각해 볼거리를 안겨주는데, 1회의 에피소드처럼 백업으로 돌아온 그녀는 과연 그 전의 아내이고 어머니인가 아니면 새로운 인격일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대화들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며 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몫으로 돌린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던지는 의문들은 결국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물음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만화책인 원작을 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야기 중에 간간이 나오는 미치(MICHI)라는 초고도 AI의 존재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에피소드의 마지막화에서 미치가 진행하는 어떤 계획에 스도의 참가 조건으로 과거 어머니(스도 아야카)의 전뇌를 복제한 또 다른 인격체의 행방을 알려주고, 이에 스도는 복제된 인격체를 찾아 내전 중인 로비디아로 떠나는 것을 끝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걸로 보아 본편인 1기가 어느 정도 흥행한다면 2기를 제작할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개인적인 감상평
무거운 느낌의 주제일 수 있지만 주로 일상 속에서의 가족관계, 친구관계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소재로 때로는 약간의 개그요소를 넣어가며 가벼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화면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제작비 절감을 노골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인 같은 장면의 반복, 동작의 부자연스러움, 정지컷 남발 등은 보이지 않으며 마지막 편까지 작붕 없이 꽤 준수한 편이다.
매 회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짜여있으며 작품성 있는 만화가 원작이라서 그런지 이야기의 진행도 억지스럽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설정 없이 매우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고 연출 또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 없이 깔끔하다.
12편을 하루 만에 전부 보고 싶을 만큼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해주는 구성은 아니지만 전편을 전부 보고 나면 1기에 간간이 나온 초고도 AI 미치와 대화 중에 언급만 된 어머니의 복제된 인격체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커져 앞으로 나올 2기에 대해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일본애니 치고(?)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장면이나 쓸데없이 잔인한 연출이 거의 없어(가족과 같이 봐도 서로 얼굴 붉히지 않을 정도) 누구나 시청해도 괜찮을 정도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기가 나오게 된다면 시작부터의 무대가 전쟁터라 1기와는 다른 거친 분위기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마치며..
인간으로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기계를 만들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로 탄생시킨, 실수와 범죄가 없는 완벽에 가까운 휴머노이드와 공존하는 세상, 인간이 가진 결함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변수가 없는 정형화 된 세상. 사고나 범죄는 줄었지만, AI자율운행을 하지 않고 직접 운전하는 인간을 살인자 취급하는 등 나쁜다고 여겨지는 일은 오히려 늘어나는 세상. 언젠가 인간으로 있는 것 자체가 악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세상. 인류의 궁극적인 진보를 위해 인간이 해왔던 일들이 원치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면?
마지막 회의 말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간은 끝없는 진보의 노예이며 AI야말로 진보에서 인간을 해방시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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